개관
「적벽부」는 북송 말의 문인 소동파蘇東坡, 1036~1101가 1082년에 귀양을 가서 쓴 작품으로 음력 7월에 지은 것과 10월에 쓴 두 가지가 전한다. 이 가운데 한국 음악에 수용된 「적벽부」는 7월에 지은 「전적벽부」이다. <적벽부>는 경기와 서도의 송서로 각각 전승되어 불리는 외에도 정정렬1876~1938에 의해 판소리 단가로 만들어져 불렸다. 경기창은 한문 원본 그대로에 토만 달아서 부르며, 서도창은 원문을 우리말식으로 재구성하여 가사를 새롭게 만들어 부른 점이 다르다. 서도창의 <적벽부>는 이창배1916~1983가 처음 시도했다고 하지만, 시창이나 송서류의 음악은 정형화된 틀에 얹어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작자의 의미는 크게 없다. 서도창 적벽부를 좌창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으나, 음악적 형태는 송서에 가깝다. 김정연과 오복녀의 『서도소리대전집』 (성음, 1972)에서도 송서로 분류하고 있다.
사설
임술지추칠월기망壬戌之秋七月旣望에 적벽강 배를 띄워 임기소지任其所之 노닐 적에/ 청풍淸風은 서래徐來하고 수파水波는 불흥不興이라/ 술을 들어 객을 주며 청풍명월 읊조리고 요조지장窈窕之章 노래할 제/ 이윽고 동산東山의 달이 돋아 두우간斗牛間에 배회하니/ 백로는 횡강橫江하고 수광水光은 접천接天이라/ 가는 곳 배에 맡겨 만경창파萬頃蒼波 떠나가니/ 호호浩浩한 빈 천지에 바람 만난 저 돛대는/ 그칠 바를 몰라 있고 표표飄飄한 이내 몸은 우화등선羽化登仙되었세라/ 그 노래에 하였으되 계도혜란장桂棹兮蘭槳으로 격공명혜소류광擊空明兮泝流光이로다 …… 생각을 하니 인생무상이 서러워 나 어이나 할거나
내용
「적벽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임술년 7월 16일 밤에 소동파가 적벽강에 배를 띄우고 흥겹게 벗(양세창)과 술잔을 기울이며 뱃놀이를 한다. 조조의 대군과 오나라의 대군이 일전을 겨룬 적벽대전을 회상하고 비탄감을 토로하다가 “변하는 것으로 보면 천지도 눈 깜짝할 동안에 변하는 것이고,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면 천지가 무궁한 것이라”라는 달관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허무함을 노래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송서류의 노래는 보통 장단을 치지 않고 반주 없이 책을 읽듯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장단 역시 일정한 규칙은 없되 3박을 근간으로 박을 약간 넘나들며 부른다. 일반적인 송서와 다른 점은 “생각을 하니 인생무상이 서러워 나 어이나 할거나”라는 구절을 수심가조에 얹어 덧붙이고 있는 점이다. 수심가조로 마무리하는 점에서는 서도좌창의 형태와 닮았다고 볼 수 있다.
특징 및 의의
<적벽부>는 예전부터 많은 사랑은 받아 온 작품으로서 일정한 곡조를 넣어 읊는 송서의 전통에 맥이 닿아 있는 악곡이다. 서도의 <적벽부>는 원문을 그대로 부르지 않고, 한글로 토를 단 것은 물론 부분적으로 한자를 풀어 원문을 약간 변형해 불렀다는 데에서 묘미를 찾을 수 있다. 서도소리의 음악적 특징을 간직하고 있음과 동시에 송서류 노래의 존재적 특질을 잘 보여주지만, 수심가로 마무리하는 점에서 다소 작위적인 기법도 보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적벽부 [赤壁賦] (한국민속예술사전 : 음악)